title 서울의 버내큘러 디자인
year 2024 11월호
publish 월간디자인,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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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 월간디자인, 디자인하우스

흔히 디자인에 대해 오해할 때가 있다. 숙련된 전문가가 매끈한 미감의 무언가를 만들어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만이 디자인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것은 디자인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다. 일찍이 빅터 파파넥과 티보 칼맨이 보여줬듯 심미성은 다소 떨어져도 자생적으로 생겨나 일상 깊숙이 착근한 디자인도 있으니까.
우리는 이것을 ‘버내큘러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의 모습과 퍽 닮아 있다. 자본의 힘으로 추동하는 정제된 어버니즘의 맞은편 골목에는 무질서하고 혼재된, 하지만 어쩌면 진실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를 ‘삶’이 있다. 이번 특집을 매듭짓는 기사로 월간 <디자인>이 버내큘러 디자인에 주목한 이유다. 길거리 의자, 오래된 간판 글씨, 용도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공간 등 일반적으로 디자인의 범주로 간주하지 않던 서울의 버내큘러 디자인에 주목해온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정작 제 눈을 사로잡은 디자인은 제가 일하는 태도와 사뭇 달랐습니다. 완전히 기능에만 충실하거나, 기능과는 무관한 장식에만 집중하는 등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솔직한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 (대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