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맹이가 아틀라스의 형벌을 받고있는 개이쁜 소개팅장소
1월 말 오제제 강남점이 완공된 후, 두세 달간 계속해서 에고서치를 했다. 특히 개인적 기록에서 광고까지 무언가를 리뷰할 목적으로 작성하는 게시물이 많은 네이버 블로그를 위주로 검색했다. 과연 VAA의 첫 작업은 실제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사람들은 어떤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공간을 묘사했을지 궁금했다. 오제제라는 브랜드가 상당히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많은 리뷰 게시물들이 지속해 올라왔다. 네이버를 기준으로 2~3월에는 60건 정도가, 4월에는 50건 정도가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물론 광고 게시물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개이쁨’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에서부터 ‘돌맹이가 아틀라스의 형벌을 받고있다’는 비유적인 표현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글들 속에는 음식점 치고 공간에 대한 커멘트가 다양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기위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들은 ‘모던’, ‘시크’, ‘고급진’으로, ‘일반적인 우드톤의 돈카츠 집과는 달라서 신선했다’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연관하여 그 다름 때문에 이 공간은 ‘에스프레소 바’, ‘카페’, ‘소개팅 장소’, ‘전시장’ 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왕왕 보였다.
가장 성공적이라고 느껴졌던 부분은 위의 커멘트들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테리어라는 일에 필요한 섬세함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깨달았는데(말 그대로 모든것을 다 디자인해야하기 때문), 그 공들인 결과물을 사용자들이 읽었고, 의견을 주고받는 행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디자인이라는 행위의 본질적인 역학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일반적인 단독 건물 스케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감각하기 힘든 스케일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인을 하고나서 했던 몇가지 흥미로운 생각들을 좀더 풀어보고자 한다. 이런 부분들까지 디자인에서 읽어내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구멍으로 흐르는 것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 인테리어는 구획된 공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단방향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임대를 위해 아주 평범하고 공평하게 구획된 파티션안에서의 게임이라고 할까? 더군다나 매장이 자리한 강남 358타워는 나름 규모가 큰 건물이다 보니 건물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임차 매장 공간의 기능과 외관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매장을 활짝 열거나, 공용 복도를 침범하거나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설명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오제제 강남점이 임차한 공간은 바로 앞에 강남대로가 내려다보이는 복도가 있었고, 이 복도에 면하고 있는 벽을 매개로 일반적인 상업 공간이 매장 외측 공간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다. 벽에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안과 밖이 너무 데면데면하지는 않지만, 너무 가깝지도 않은 사이가 되도록 의도했다. 그리고 이 구멍을 통해서는 시선, 냄새, 빛, 소리 등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감각들이 흐르는 상상을 했다. 따라서 이 구멍들은 유리로 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는데, 건물 관리부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만한 크기와 비례의 구멍들을 배치해 벽에 뚫린 구멍들은 유리로 막지 않기로 건물측과 협의했다.
아크릴 레고
어린시절, 레고를 갖고 놀 때면 가장 유심히 봤던 부분이 화염, 레이저, 빛 피스들이었다. 투명한 아크릴 재질로 만들어진 이 피스들은 레고 한 세트에 한두 조각 정도 들어있는 값진 피스들이었는데, 아크릴 내부로 통과한 빛이 내부에서 난반사를 거쳐 단면이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이 있었다. 이 난반사를 이용해 바 테이블 상단의 조명을 디자인했다.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바 테이블은 강남점의 시그니처 공간으로, 환대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늑하고 특별한 공간이 됐으면 했다. 동시에 선형으로 길게 조성된 조경 공간과, 그 위로 떠 있는 곡면 천장이 다른 성질의 빛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가로로 길쭉한 T자형 프로파일을 만들어 아래쪽에는 선형 라인등을 배치해 조경부를 비추도록 만들고, 위쪽에는 선형 라인등 위 샌드블라스트해 반투명하게 보이는 두꺼운 아크릴을 한 장 얹어 부드러운 빛이 곡면 천장을 비추게 했다. 간결한 디자인의 조명은 존재감이 크지 않으면서도 맨 위에 얹은 아크릴의 단면이 레고의 단면처럼 빛나 공간의 개성을 섬세하게 살려준다. 조명을 설치하고 아크릴 판을 얹는 순간, 상상한 것과 100% 일치하는 풍경이 펼쳐져 기쁘게 소리 질렀던 기억이 있다. 악!
돌의 얼굴
‘사장님들이 제주도 분들이어서 제주도를 컨셉으로 공간을 만들었나 보다’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 지점에서는 방문객들이 공간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제주와 관련된 재료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인용하진 않았으나, 공간에서 사용한 돌이나 컬러가 오제제 브랜드 스토리와 맞물려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 공간 내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재료가 숨어있다. 구로 철판, 갈바, 페인트, 렉스크리트, 인조가죽, 천, 두 가지 질감의 STO까지 다양한 재료를 쓰다 보니 현실에서 재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100% 예상하긴 어려웠다. 다만 완성된 음식이 원재료에서부터 단계별로 가공되어 요리가 되듯이, 돌이라는 재료의 여러 단계가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주된 재료가 되길 바랐다. 벽과 천장을 어께에 짊어지고 있는 석재 조각에서부터 매끈하게 광이 나는 석두홍 물갈기 판재까지, 여러 단계의 질감과 색이 있다.
벽에 구멍이 반쯤 완성되었을때 든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었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오제제를 태그해 구멍을 찍어 올릴테니 그것들을 모아보면 재미있겠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구멍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었다.
1월 말 오제제 강남점이 완공된 후, 두세 달간 계속해서 에고서치를 했다. 특히 개인적 기록에서 광고까지 무언가를 리뷰할 목적으로 작성하는 게시물이 많은 네이버 블로그를 위주로 검색했다. 과연 VAA의 첫 작업은 실제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사람들은 어떤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 공간을 묘사했을지 궁금했다. 오제제라는 브랜드가 상당히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많은 리뷰 게시물들이 지속해 올라왔다. 네이버를 기준으로 2~3월에는 60건 정도가, 4월에는 50건 정도가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물론 광고 게시물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개이쁨’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에서부터 ‘돌맹이가 아틀라스의 형벌을 받고있다’는 비유적인 표현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글들 속에는 음식점 치고 공간에 대한 커멘트가 다양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기위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들은 ‘모던’, ‘시크’, ‘고급진’으로, ‘일반적인 우드톤의 돈카츠 집과는 달라서 신선했다’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연관하여 그 다름 때문에 이 공간은 ‘에스프레소 바’, ‘카페’, ‘소개팅 장소’, ‘전시장’ 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왕왕 보였다.
가장 성공적이라고 느껴졌던 부분은 위의 커멘트들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테리어라는 일에 필요한 섬세함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깨달았는데(말 그대로 모든것을 다 디자인해야하기 때문), 그 공들인 결과물을 사용자들이 읽었고, 의견을 주고받는 행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디자인이라는 행위의 본질적인 역학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일반적인 단독 건물 스케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감각하기 힘든 스케일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인을 하고나서 했던 몇가지 흥미로운 생각들을 좀더 풀어보고자 한다. 이런 부분들까지 디자인에서 읽어내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구멍으로 흐르는 것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 인테리어는 구획된 공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단방향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임대를 위해 아주 평범하고 공평하게 구획된 파티션안에서의 게임이라고 할까? 더군다나 매장이 자리한 강남 358타워는 나름 규모가 큰 건물이다 보니 건물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임차 매장 공간의 기능과 외관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매장을 활짝 열거나, 공용 복도를 침범하거나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설명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오제제 강남점이 임차한 공간은 바로 앞에 강남대로가 내려다보이는 복도가 있었고, 이 복도에 면하고 있는 벽을 매개로 일반적인 상업 공간이 매장 외측 공간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다. 벽에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안과 밖이 너무 데면데면하지는 않지만, 너무 가깝지도 않은 사이가 되도록 의도했다. 그리고 이 구멍을 통해서는 시선, 냄새, 빛, 소리 등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감각들이 흐르는 상상을 했다. 따라서 이 구멍들은 유리로 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는데, 건물 관리부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만한 크기와 비례의 구멍들을 배치해 벽에 뚫린 구멍들은 유리로 막지 않기로 건물측과 협의했다.
아크릴 레고
어린시절, 레고를 갖고 놀 때면 가장 유심히 봤던 부분이 화염, 레이저, 빛 피스들이었다. 투명한 아크릴 재질로 만들어진 이 피스들은 레고 한 세트에 한두 조각 정도 들어있는 값진 피스들이었는데, 아크릴 내부로 통과한 빛이 내부에서 난반사를 거쳐 단면이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이 있었다. 이 난반사를 이용해 바 테이블 상단의 조명을 디자인했다.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바 테이블은 강남점의 시그니처 공간으로, 환대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늑하고 특별한 공간이 됐으면 했다. 동시에 선형으로 길게 조성된 조경 공간과, 그 위로 떠 있는 곡면 천장이 다른 성질의 빛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가로로 길쭉한 T자형 프로파일을 만들어 아래쪽에는 선형 라인등을 배치해 조경부를 비추도록 만들고, 위쪽에는 선형 라인등 위 샌드블라스트해 반투명하게 보이는 두꺼운 아크릴을 한 장 얹어 부드러운 빛이 곡면 천장을 비추게 했다. 간결한 디자인의 조명은 존재감이 크지 않으면서도 맨 위에 얹은 아크릴의 단면이 레고의 단면처럼 빛나 공간의 개성을 섬세하게 살려준다. 조명을 설치하고 아크릴 판을 얹는 순간, 상상한 것과 100% 일치하는 풍경이 펼쳐져 기쁘게 소리 질렀던 기억이 있다. 악!
돌의 얼굴
‘사장님들이 제주도 분들이어서 제주도를 컨셉으로 공간을 만들었나 보다’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 지점에서는 방문객들이 공간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제주와 관련된 재료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인용하진 않았으나, 공간에서 사용한 돌이나 컬러가 오제제 브랜드 스토리와 맞물려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 공간 내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재료가 숨어있다. 구로 철판, 갈바, 페인트, 렉스크리트, 인조가죽, 천, 두 가지 질감의 STO까지 다양한 재료를 쓰다 보니 현실에서 재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100% 예상하긴 어려웠다. 다만 완성된 음식이 원재료에서부터 단계별로 가공되어 요리가 되듯이, 돌이라는 재료의 여러 단계가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주된 재료가 되길 바랐다. 벽과 천장을 어께에 짊어지고 있는 석재 조각에서부터 매끈하게 광이 나는 석두홍 물갈기 판재까지, 여러 단계의 질감과 색이 있다.
벽에 구멍이 반쯤 완성되었을때 든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었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오제제를 태그해 구멍을 찍어 올릴테니 그것들을 모아보면 재미있겠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구멍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