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기둥이 되고싶은 벽  
type 인테리어
size 34.16
location 서울 망원동
year 2023
team 이윤석, 최규순
status 완공

photography 이윤석
construction 소그룹 김경환, 김결
레디메이드 된 주거 공간들은 사회의 평균적 인식을 바탕으로 계획된다. 누가 들어와 살아도 마찰 없이 편리한 전이를 목적으로 한다. 특히, 주방이나 화장실같이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들은 전체 공간의 면적에 비례해 커졌다, 작아졌다 하다가 결국에는 거실과 같이 높은 위계를 가진 공간 속으로 흡수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이 부속 공간들은 마치 있긴 한데 없는 것만 못한 흔적기관같이 공간에 ‘달려’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삶은 이전 세대들의 삶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되고 있지 않은가? 공간들의 위계는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영역 싸움을 하는 중이다. 세안하고 눈썹 정리를 하는 화장실은 TV를 보는 거실 못지않게 중요하고, 4인 가족이 둘러앉아 끼니를 먹을 수 있는 식탁보다 여러 원두를 테이스팅하며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널찍한 카운터탑이 더 필요한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직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일과를 살펴보면, 집안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거실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자본의 경쟁이 집중된 아파트는 근래 이처럼 다양해지는 주거 공간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며 지속해 변화하고 주거의 발명품을 만들어왔다. 그에 반해 빌라와 같이 주거 공간의 주류 담론 속에 속해있지 않은 주거 유형들은 아직도 ‘최소한의 주거’라는 개념에 머무는 상황이다.

망원동 다세대주택 인테리어 공사는 기존 공간 계획의 기능적 비율을 재분배하는 프로젝트이다. 빼버릴 순 없기 때문에 달린 것처럼 보이는 최소한의 주방을 최대한 크고 길게 확장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 주방은 거실에서부터 시작해 현관문까지 5m가량 연결되어 위치에 따라 주방이었다가, 카페였다가, 고양이들의 놀이터였다가, 수납장이었다가, 신발장이 된다. 집의 중앙에 서 있는 벽에는 방을 두 개로 나누는 임무 대신 방 두 개와 거실을 연결해 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겼다. 거실 한쪽에 노출되는 벽의 단부는 동그랗게 처리해 껴안아 보고 싶게 귀여운 실루엣을 만들고, 각 방에 보이는 벽의 상단에는 간접등을 배치했다. 수직으로 만나는 길쭉한 주방과 동그란 벽은 집의 공간들을 한데 엮어 일상의 근사하고 사치스러운 두 개의 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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